이제 겨우 3편의 영화와 2편의 연극에 출연한 여배우 이혜은(25). 그러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로 이름이 났다.
데뷔작인 영화 ‘코르셋’에서는 뚱뚱한 여주인공 역을 맡기 위해 몸무게를 15㎏이나 늘렸고 제작 중단된 영화 ‘성철’에서는 비구니로 캐스팅돼 삭발했다. 1월에 깎은 머리가 채 자라기도 전에 다시 줄 타는 광대역에 도전.
서울국제연극제 공식초청작인 ‘유랑의 노래’(극단 아리랑). 남사당의 삶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아버지에게 매를 맞아가며 줄타기를 익히는 황매령 역을 맡았다. ‘유랑의∼’에서는 풍물 땅재주 버나쇠(대접돌리기 등의 묘기) 줄타기 꼭두각시 인형놀이 탈등 남사당의 6가지 기본연희가 소개된다.
“극중 두번 줄위에서 앉고 서기, 걷기 등을 연기합니다. 쉬워보이는지 동료들까지도 별로 안 높네, 하지만 정작 줄 위에 올라서는 사람은 없어요.”
공연 때마다 몸을 싣는 외줄은 무대에서 2m높이. 자신의 키까지 보태면 3m60이 넘는다.
“처음 극본을 받았을 때만해도 직접 줄을 타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그런데 광대줄타기 전수조교인 김대균씨가 시험삼아 줄을 태워 보더니 ‘감각이 좋다. 한번 도전해보자’고 하시더군요.”
공연 시작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1개월반. 이혜은은 매일 경기도 안성의 김씨 집을 찾아 줄타기를 연습했다. 고된 훈련을 받았지만 ‘코르셋’ 이후 뺀 몸무게는 오히려 늘었다.
“밥을 많이 먹어 뱃심을 든든히 하지 않으면 줄 위에서 다리가 후들거려요. 예쁘게 보이려고 살 빼는 건 꿈도 못 꾸죠.”
줄타기는 그에게 ‘쟁이로서의 배우’를 다시 생각케 했다. 줄 위에서 능수능란 연기할 때는 환호하지만 단 한번이라도 미끄러지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관객들. 그 앞에 매번 마지막을 각오하고 서는 게 진짜 배우의 삶이 아닌가, 하고….
김명곤 극본 연출 주연으로 10월3일까지 공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오후4시반, 7시반. 02―741―5332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