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소설가 손영목(53)에게 IMF는 ‘강 건너 불’일 수 없었다. 출판업계 불황으로 인한 원고청탁 격감, 수입은 뚝 끊어졌는데 턱없이 치솟는 은행빚의 이자….멀리보고 도움닫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유년까지를 함께 기억해 줄 사람들이 있는 시간으로 한껏 거슬러 올라갔던 것.
소설가가 쓴 소설 아닌 이야기 ‘친척’(강 펴냄)은 그 여행의 결과 탄생했다. 6월3일부터 닷새간 그가 나고 자란 경남 거제와 친척들이 흩어져 사는 부산 마산을 둘러온 기록. 오십이 넘은 그에게 고향가는 기름값에 보태라며 3만원을 손에 쥐어준 육촌형. “IMF실업자가 돼서 왔다”는 고백에도 혹 짐이 될까 경계하기보다는 “잘 왔다. 몇달 쉬다 가거라”며 쌀자루를 들려주는 늙은 형과 형수들.
작가는 책 말미 또한번의 친척방문을 기획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스스로에게 설명한다.
‘꼭 떠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만나봄으로써 내가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가 하는 것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