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직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비선조직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선거 막판에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총격을 가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검찰수사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당시 이후보측과 한나라당 공식조직이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개입했는지에 대해 수사중이다.
검찰은 또 96년 4·11총선 직전 북한군이 판문점으로 무장병력을 대거 이동시키며 시위를 한 것도 선거판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당시 여권측의 공작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검증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홍경식·洪景植)는 30일 지난해 대선직전 한나라당 이후보의 비선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던 전청와대행정관 오정은(吳靜恩·46)씨와 J그룹 고문 한성기(韓成基·39)씨, 대북교역사업가 장석중(張錫重·48)씨 등 3명을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해 12월10일 중국 베이징 캠핀스키호텔에서 장씨의 소개로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참사관 이모씨(44)와 아태위원회 참사 박모씨(50)를 만나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비밀정책 특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이어 “현재 한나라당 이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으니 조금만 도와주면 된다”며 “선거 3,4일 전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우리 군과 총격전을 벌여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 등은 “북한측이 선제총격 및 총격전을 벌여주는 대가로 이후보가 당선되면 비료 등 북한측이 원하는 물자를 보내주는 등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제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씨 등은 같은달 12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며 북한측의 답변을 기다리다 이참사관 등으로부터 “평양에서 지시가 없어 지금 답을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귀국했다.
이에 앞서 한씨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오씨와 함께 대선후보 지지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이대로는 이후보의 당선이 어려우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뒤 대북교역사업 관계로 중국을 드나들던 장씨를 끌어들여 ‘북한군의 판문점 총격 유도’를 하기로 모의했다. 오씨와 한씨는 K대 대학원 동기생으로 알게 됐으며 장씨는 대북사업을 하면서 오씨에게 북한관련 정보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와 한씨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민정비서실 행정관 조모씨(34)와 함께 이후보 대선지원 비선 보고서팀을 조직해 대선직전까지 이후보에게 ‘대통합 정치 구현’ ‘합동토론회 대응방안’ 등 대선관련 보고서 15건을 작성해 올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한씨가 지난해 9월 해외여행중 이후보 측근을 만나 이후보의 대선운동을 도와주기로 약속하고 이후보 특보로 행세했다고 밝혔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