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역의 화려한 고음이나 ‘체르비네타’역의 완벽기교로만 조수미를 기억하는가. 눈물 글썽한 표정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그렇다면 헨델의 ‘울게 하소서’나 토스티의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를 들어보자.
조수미가 내놓은 이탈리아 가곡집 ‘카로 미오 벤’. 도나우디 작곡의 표제곡을 비롯, 음반에 실린 20곡 중에는 어둑한 색조가 짙게 드리워진 작품이 많다.
소리의 색조가 분명하고 표정이 또렷한 조수미의 노래는 마음의 미묘한 흔들림을 호소하는 서정가곡에 잘 들어맞는 편. ‘더 이상…’에서도 실연(失戀)뒤 마음을 다잡은 모습보다는 아쉬운듯 뒤를 돌아보는 심정을 묘사한 듯 하다. 반면 바로크 및 고전주의 시대의 가곡들에선 후반부에 화려한 장식을 붙여 귀를 즐겁게 한다. 파이지엘로의 ‘무심한 마음’은 마치 자유로운 변주곡처럼 처리됐다.
조수미는 “우리나라에서 입시곡으로 알려진 작품들도 여럿 실었다”며 “성악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라지만 모방보다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9월 셋째주 클래식FM ‘금주의 앨범’으로 선정. 02―557―5725(워너뮤직)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