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부터 롤링 스톤즈, 스파이스 걸스까지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배출, 세계 대중음악의 메카로 불리는 영국에 요즘 아시아계 그룹 선풍이 불고 있다.
주로 인도와 파키스탄계 이민 가정의 2세인 이들 그룹들은 올들어 영국의 인기차트에 줄지어 올라섰다.
영국의 언론들이 이들 ‘아시아 언더그라운더’의 활약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뿐 아니라 르 몽드 등 프랑스 언론도 ‘인종과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은 아시아계 가수들의 진출’이라며 큰 관심을 보일 정도다.
록은 물론 랩 팝 등 모든 분야에서 역량을 내보이고 있는 이들 아시아계 그룹 중 일부는 독자적 음반사를 세워 신인 가수들을 지원하는 등 배타적이기로 소문난 영국내 음반시장에서 넘볼 수 없는 지위를 확보해 가는 추세다.
지난 5년동안 무명의 설움을 곱씹다가 ‘코너숍’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음반 ‘아샤의 눈물’을 낸 인도 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 틴더 싱이 대표적인 경우.
인도 시크족 출신의 탈빈 싱은 최근까지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활동하다 인도의 전통음악과 현대 전자음악을 접목한 ‘OK’라는 음반을 내놓아 신세대 음악의 기수로 떠올랐다.
이밖에 ‘펀더멘털’ ‘슈리’ ‘화이트 타운’ ‘니틴 소네이’ ‘컨필레이션’ 등 인도나 파키스탄계 그룹들이 대거 등장, 에너지로 가득 찬 리듬과 이국적 선율로 영국의 음악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처음엔 이들도 레게 등 토속적 리듬으로 이미 독자적 자리를 차지한 자메이카 출신 그룹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동양의 철학적 깊이를 더한 독특한 분위기로 자메이카 출신들을 능가하는 모습이다.
아시아계 그룹의 성공은 백인들이 지배하는 영국 음반업계의 배타성에다 전위적 음악을 죄악시하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가정의 종교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뜻깊게 평가되는 분위기.
세계 시장의 18%를 점유하고 있는 영국의 음반산업은 국내 총생산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26억파운드의 매출을 올려 11만5천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