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생들은 착실하고 능력이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채용해 주시길….”
서울여대 미술대 산업디자인과 서모교수(51)는 1일 오후 N식품회사 디자인실을 방문했다. 일할 의욕은 있으나 취직이 안돼 고민하는 제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취직시키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선 것.
이 학과는 지난해만 해도 졸업생 40명 가운데 15명 가량이 원하는 직장을 얻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단 2명만 취직된 상태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취업문제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자 학생들의 취직에 노력한 정도를 교수 평가에 반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교수들에게 학생취업 알선은 이제 강의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된 셈이다.
서교수는 ‘평가’와 상관없이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길이 없던 터여서 이날 학교 로고가 새겨진 커피프림세트를 ‘작은 정성’으로 내놓으며 열심히 회사 관계자를 설득했다.
그러나 회사관계자는 ‘여성 디자이너는 감성적인 면에서 뛰어나다’ ‘실무 적응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달라’는 원칙적인 얘기만 반복할 뿐 정작 채용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구체적인 언질을 주지 않았다.
“취업난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겠더군요. 특히 IMF경제난 이후 기업들이 조직감량을 시도하면서 여성 인력을 우선적으로 내보내는 경향이 있어 여대생 취업알선이 더욱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렵지만 계속 노력해 봐야지요.”
서울여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교수들이 기업체 방문에 나서고는 있으나 채용에까지 진전된 경우는 아직껏 없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