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는 8일 공동선언을 채택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과거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의 사과성 발언이 있었으나 번번이 이를 왜곡하는 발언이 나왔다. 이번에는 갈등이 극복될 수 있는가.
▼오부치총리〓일본정부는 공동선언을 통해 일본이 과거 한국에 다대한 손해를 끼치고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인정했으며 김대통령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양국정상이 문서를 통해 서명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일본정부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왜곡하는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의 입장이 명확히 천명됐기 때문에 일본 국민도 이를 존중할 것으로 본다.
▼김대통령〓모든 여건이 과거와 다르고 또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 일본정부의 과거사 표명은 문서화됐다는 게 지금까지와는 대단히 다른 것이다. 한국을 직접 지칭하고 우리에게 가한 피해를 반성 사죄하는 뜻을 표했기 때문에 그 무게가 과거와는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선언의 내용이 좋아도 양국지도자와 국민의 성의있는 뒷받침이 있어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아키히토(明仁)천황의 방한 초청을 했다는데….
▼김대통령〓기본 조약이 체결된 지 33년이 지났는데도 천황의 방한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2002년 월드컵 공동주최라는 공동목표도 갖고 있으며 그 사이 일본 대중문화가 단계적으로 한국에 개방되면 그런 가운데 일황의 영접이 따뜻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대중문화교류의 의미는….
▼김대통령〓일본문화의 개방을 추진한 것은 양국의 이해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해왔는데 상당한 속도를 갖고 개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교류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 한일 문화교류협의회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오부치총리가 이를 수락했다.
―김대통령은 25년전 도쿄납치사건의 당사자였다. 이제 대통령으로서 돌아왔는데 방일중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어떤 입장인가.
▼김대통령〓80년 5·17군사쿠데타 전 납치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납치사건과 관련해 양국정부에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관련자의 처벌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진상규명문제는 적절한 방법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인데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며 장래 필요할 경우 의견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의 경제적 의미는….
▼김대통령〓일본이 한국의 외환위기 타개에 협조해준데 대해 오부치총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만 두가지 문제를 짚고 싶다. 첫째는 일본도 어려운 형편에 우리 경제를 지원해준 것을 감사히 생각하면서 철저한 경제개혁으로 경제를 회복시켜 일본의 지원이 보람있게 되도록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점이다. 둘째는 경제는 경제이니만큼 일본투자가들이 한국에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무역도 상호이익의 원칙 하에서 추진하겠다.
〈도쿄〓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