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촉진을 위해 국민에게 상품권을 주면 어떨까.’
심각한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국민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색적인 정책이 빠르면 내년부터 실시된다. 일본정부는 8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내수진작을 위해 상당수 국민에게 상품권을 교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은 이날 “(상품권 지급은) 문제점이 많지만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정책도 가능하다”며 세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각의에 참석한 다른 각료들도 대부분 이를 지지했다.
일본정부가 ‘상품권 지급’이라는 아이디어까지 짜낸 것은 그동안 내놓은 감세정책이 정부예상과 달리 소비촉진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 준비심 많은 일본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감세로 생긴 돈을 쓰기는커녕 대부분 저축으로 돌려 경기부양의 효과가 없었다.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내수부문이 차지하는 일본에서 소비가 늘지 않으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사실상의 감세정책이면서도 ‘강제적 소비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상품권 지급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상품권용 예산을 1조∼3조엔으로 책정하고 인구 1억2천만명중 상류층을 제외한 약 1억명에게 한사람당 1만∼3만엔(약 10만∼30만원)짜리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상품권은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교부하고 상품권 위조나 시중유통을 막기 위한 수단도 강구할 방침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