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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박정규/한달째 방치된 「부천폭발」

입력 | 1998-10-09 18:50:00


시커멓게 타버린 기계실 배관, 여기저기 나뒹구는 LP가스통,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내린 주변 건물….

9일 오후 한달만에 다시 찾아간 경기 부천시 내동 대성에너지㈜ LP가스충전소는 ‘폐허’ 그대로였다.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84명의 사상자와 65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사고현장은 지난달 11일의 ‘악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현장 복구작업만 지지부진한 것이 아니다. 사고수습도 제자리 걸음이다.

인근 주민 김선자씨(52·여)는 “폭발사고로 집 창문이 모두 박살났으나 어디에 보상을 요구해야 할 지 막막한 실정”이라며 “사고가 난 뒤 동네가 온통 ‘흉가’로 변했고 인심도 흉흉해졌다”고 하소연했다.

45개 피해 업체들로 구성된 피해보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영업손실을 제외한 재산피해 규모만 2백억원이 넘는다.

대책위는 객관적인 피해규모를 제시하기 위해 지난달 말 손해사정법인에 조사를 의뢰해 놓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규모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한 형편. 1차 보상책임이 있는 충전소 소유주가 재산보다는 부채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대책위는 정부가 ‘재난관리지역’으로 선포해 먼저 보상을 한 뒤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사고 당일 안전점검을 실시한 한국가스안전공사측에도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폭발사고로 공장이 모두 타버린 보성금형사 대표 이용만(李容滿·45)씨는 “제 때 납품을 하지 못해 거래처가 모두 떨어져 나갔다”며 “도대체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고 울먹였다.

〈부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