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즐겨 타는 사람들은 요즘 한두번씩 짜증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휴대전화 벨소리 때문이다.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지하철 소음과 뒤섞인 시끄러운 통화음은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뿐만 아니다. 최근 열린 세계적 소프라노의 내한 공연에서는 콘서트 도중에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휴대전화 벨소리 때문에 관객들은 물론이고 공연 당사자도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일요일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기도중에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 때문에 경건한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다.
휴대전화 이용자가 드디어 1천1백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경제난국 속에서도 통신대국으로 당당히 올라선 우리 위상을 보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그러나 휴대전화라는 하드웨어에 걸맞은 통신 매너를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반성할 대목이 많다. 우선 많은 나라의 경우 사업가나 영업사원이 아니고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공연장 안에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운데 함부로 전화벨이 울리게 하는 몰지각한 행위는 더더욱 없다.
이런 현상에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원시인’이라고 놀려대는 업체의 부추김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우리가 대중 앞에서 휴대전화 사용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무선전파로 상징되는 권력에 대한 무의식적 욕구와 과시욕 때문이 아닐까.
80년대 시위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무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시위대가 기자들에게 뭇매를 내린 것도 ‘무전기〓경찰〓권력’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한 여성단체가 통신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통신 과소비도 문제지만 휴대전화가 사람들 사이를 가깝게 하기는 커녕 생활의 여유를 빼앗는 것 같아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정성희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