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한 사람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죠. 그러나 은행장 구속으로 문제가 끝나는게 아닙니다. 잘못도 없이 쫓겨난 사람들은 어떡합니까. 교도소에 가서 따질 수도 없고….”
6월말 충청은행 퇴출조치와 함께 직장을 잃은 신모씨(36)는 최근 윤은중(尹殷重·55) 전 행장의 구속소식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다. “역시 그랬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상처’가 도진 것.
사실 신씨에게 충청은행은 ‘꿈의 직장’이었다.
그가 충청은행에 입행한 것은 89년. 충남 서산지점 공주지점 등을 거치는 동안 결혼도 하고 24평짜리 아파트도 구입했다. 5년만에 대리시험에 합격해 ‘멋진 지점장’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 그가 96년부터 본점에 근무하면서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업체’에 수십억원이 대출되고 부도덕한 것으로 소문난 업체에도 뭉칫돈이 빠져 나갔다. 가까운 상사에게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고 물어 보았지만 “위에서 결정한 일”이라는 답변 뿐이었다.
신씨는 또 인사때마다 주요 보직에 특정지역, 특정학교 출신이 배치되는 것을 목격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 역시 ‘윗사람’의 뜻이라며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더니 결국 충청은행은 퇴출당하고 말았다. 신씨는 2개월 뒤 해고통지를 받았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싶었습니다. 지점장으로 나가 전국 제일의 점포를 만들고….”
우동체인점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중인 신씨는 “솔직히 은행에 쏟았던 정열을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