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16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중 하나는 새로 집권여당이 된 사민당과 녹색당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민사당이 여성후보의 수나 여성관련 공약의 질적 양적 수준에 있어서 구여권인 기민 기사 연합과 자민당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52.5%가 여성이었던 이번 선거에서 구여권 정당들은 여성후보를 내세우는데 소극적이었으나 녹색당은 주 정당명부의 50%를, 민사당은 45.4%를, 사민당은 38.5%를 평균적으로 여성에게 할당했다. 또 사민당과 녹색당은 공약집에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여성정책을 심도있게 다루었고 노동과 실업정책, 교육정책 관련 공약에서도 여성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번 총선 결과 독일 연방의회 의원의 여성비율은 30.3%로, 거의 의원 세명중 한명이 여성이다. 사민당과 녹색당 여성들은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조각에 최소 40∼50%의 여성할당을 요구하고 있고 연방의회 의장과 연방대통령직중 하나는 여성이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의 교류가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여성과 관련하여 변화된 독일정부의 구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7월 경기광명 국회의원보궐선거에서 여성후보가 비록 낙선했지만 선전해 큰 관심을 모았었다. 2000년 봄에 실시될 16대 총선을 대비해야하는 한국의 정당들도 독일의 사례를 먼나라 일로만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