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 백혈병 환자를 돕기 위한 서울대 학생들의 ‘골수기증운동’이 열리고 있었다.
가톨릭의대 부설 ‘골수정보은행’에서 나온 의료진이 설치한 채혈대 앞에는 팔을 걷고 피를 뽑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유전자 배열이 같은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하기 위해 혈약검사를 하기 위한 것.
이 골수기증운동은 8월 이 대학 지리학과 출신의 문순철씨(34·한국농촌경제연구원)가 만성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지리학과 학생회가 학과 단위의 모금운동과 골수기증운동에 나섰던 것.
다행히 문씨는 10월초 유전자 배열이 동일한 사람으로부터 골수를 기증받기로 결정돼 새 삶을 찾게 됐다.
단순히 ‘동문애’로 이 운동을 시작한 지리학과 학생들은 문씨의 병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4천명 가량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따라 이 운동을 ‘생명사랑운동’으로 승화시키기로 하고 이날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전교생을 상대로 골수기증운동을 시작한 것.
이날 골수 기증의사를 밝힌 박상현군(19·지리학과)은 “건강한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사지(死地)로 향하는 백혈병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며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우리사회를 보다 밝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운동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운동에 참가의사를 밝힌 학생은 모두 30여명. 14일까지 이어질 이 행사에 50∼60명의 학생이 골수기증의사를 보일 것으로 지리학과 학생들은 기대하고 있다. 02―880―6444
〈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