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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할 수 없나요?]전병희/자동차 선팅

입력 | 1998-10-13 19:23:00


《 강렬한 태양에 자동차 실내는 무방비다. 눈부심과 해로운 자외선 노출도 문제지만 따가움과 뜨거움은 더 큰 고통이다. 에어컨의 효율도 이때문에 크게 떨어진다. 그럴때마다 선팅을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불법행위여서 포기했다. 안전 때문이라면 앞창만 제외한 선팅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팅을 허용할수 없다면 선팅필름 생산이나 수입을 금지하고 시공행위 자체를 단속하는게 더 합리적이 아닐까.

전병희(28·서울 강남구 수서동) 》

선팅차량들은 자동차 정기검사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면도칼로 선팅필름을 북북 그어서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면 차주들은 다시 선팅하는 곳에 찾아간다. 전문가가 아니면 선팅필름을 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 보면 선팅 재시공 비용이나 필름제거 수고비나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다시 선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선팅시공자들은 말한다.

자동차 유리 선팅을 규제하는 법령은 두가지다. 하나는 자동차안전규칙으로 ‘가시광선투과도가 7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도로교통법으로 ‘10m 거리에서 승차한 사람을 명확히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위반시 범칙금은 2만원이다.

시각은 두가지. 자동차안전규칙은 ‘차 안에서 밖이 잘 보이느냐’는 관점이고 도로교통법은 ‘밖에서 차 안이 잘 보이느냐’는 관점이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있다. 안에서 밖이 잘 보이느냐는 것은 ‘안전’의 문제. 그러나 밖에서 안이 잘 보이느냐는 것은 ‘감시’의 문제로 비칠 수 있다. 경찰은 범죄예방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시민들은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고 반박한다.

외국의 경우 ‘가시광선 투과율 70% 이상’이라는 기준만 있을뿐 안이 잘 보여야 한다는 식의 규제는 없다. 앞 유리창만 제외하고 선팅이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가 그 예다. 안전운전에 특별한 지장을 주지 않으면 된다는 최소한의 규제원칙을 읽을수 있다. 최근 개발된 ‘태양광조절 창유리’나 특수한 ‘선팅유리’는 안이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지는 않지만 안에서 밖으로의 광선 투과율은 높아 새로운 시비거리가 될 전망이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의 김칠준(金七俊)변호사는 “운전자들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정말로 필요한 규제가 아니라면 없애는 방향으로 나가야 국민이 규제를 잘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