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조회사들의 도산이 잇따르면서 처분해야 할 유휴설비가 무려 20조원어치가 넘는다고 한다. 이 설비를 가동하고 운영하던 노동자와 경영관리자, 관련 유통업자 등을 포함해 실직자도 연말이면 2백만명에 육박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몇몇 사람 때문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우리 제조업체의 허약한 체질에서 온 것이다.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보다는 단기 승부를 위해 모방기술에 급급했으며 전문성 없는 오너 경영인들은 무작정 은행빚을 끌어다 사업을 확장하고 과잉 설비 투자를 해왔다.
정부는 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에 실패한 책임이 있다. 정경유착 없이는 기업을 할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식 제도들을 제때에 정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유휴설비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소기업청을 통해서라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유휴설비에 대한 정보를 총괄해 등급별로 분류하고 홍보하며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여러가지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한다. 그래서 무조건 외국에 헐값으로 수출하기보다 국내에서 우선 새 주인을 찾아주는 운동을 벌여야겠다. 주 채권자인 은행들도 과거에 막대한 외화를 들여 수입한 첨단 고급 설비들을 회사 부도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철저히 관리 보존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이 유휴설비를 재가동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함으로써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봉주(평일산업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