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기차로 서울에 와서 지하철을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면 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이 50%.’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 대형사고가 빈발하던 때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빗대어 한때 유행하던 자조섞인 농담이었다.
요즘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글귀가 공사장마다 큼직하게 나붙은 ‘안전제일’이라는 구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는 안전이 꼴찌로 취급되는 경우가 더많다.
서울의 한 주택가 공사현장에서도 하마터면 대형참사가 빚어질 뻔했다. 1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길2동의 상수도공사 도중 아스팔트밑 지하 15㎝ 지점에 묻혀있던 도시가스관이 굴착기에 걸려 공사가 중단됐던 것.
주민들은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정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가스회사 직원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1∼2m이상 땅속에 가스관을 묻어야 하지만 규정대로 안된 곳이 서울에 한두군데가 아니다”며 드러난 가스관 위에 흙만 덮어놓고 유유히 떠났다.
도시가스관이 지뢰밭처럼 묻혀있는 대도시 도로공사현장에서 안전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95년 대구 가스폭발, 94년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폭발, 최근의 연이은 가스충전소 폭발 등 가스로 인한 사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 사고는 한결같이 ‘안전제일’이 지켜지기만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이날의 소동은 ‘왜 똑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안전불감증과 생명경시 의식이 고쳐지지 않는 한 영원한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