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트루먼 쇼’의 플롯은 기발하다 못해 황당하다. 섬마을 ‘씨헤븐’에 사는 서른살 보험외판원 트루먼(짐 캐리 분)의 일생은 5천여대의 몰래카메라로 촬영된다.
트루먼은 자신만 모른채 전세계 수십억 시청자에게 24시간 생방송되는 ‘트루먼 쇼’의 30년째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 것. 부모와 아내는 물론, 그가 아는 모든 사람은 연기자고 해와 달, 눈부신 해변가는 컴퓨터로 조작되는 세트다.
하지만 이러한 넌센스에 가까운 상황 속에 함축된 내러티브와 주제는 육중하고 심각하다. ‘죽은 시인의 사회’등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담아냈던 감독 피터 위어는 ‘당신의 인생도 트루먼처럼 완벽하게 조작된 세트 속의 삶일 수 있다’고 일갈한다.
영화 속의 미디어는 지구촌을 주무르는 하나의 ‘권력으로 읽힌다’. 조작된 삶을 산 트루먼은 자연히 미디어의 상업주의와 시청자가 결탁된 거대한 ‘음모’의 희생물. ‘트루먼 쇼’를 제작하는 방송국 이름이 전능한 미디어를 뜨하는 ‘옴니콤(OMNIpotent COMmunication)’인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러나 감독은 골리앗같은 거대한 음모 앞에 선 트루먼에게 ‘다윗의 용기’를 심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자유를 찾아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떠났듯 트루먼도 같은 이름의 요트를 타고 ‘씨헤븐’을 박차고 나선다. 그의 탈출기를 지켜보며 전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10분간의 라스트신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감독의 격려다.
하지만 미디어의 상업주의에 30여년간 결탁한 시청자들이기에 그들의 환호는 씁쓸하다. 30년간의 ‘트루먼 쇼’가 끝나자마자 “다른 채널에선 뭐하지?”하며 트루먼을 잊는 그들은 바로 우리들의 또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24일 개봉.
〈센토사(싱가포르)〓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