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후 첫 국정감사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여야간 오랜 정쟁으로 국감준비일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여야의 상임위 정수조정협상이 막판에 타결돼 소속상임위가 재조정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여야가 뒤바뀌면서 국민회의 의원들은 감사의 수위조절을 놓고 고심하고 있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경험이 많은 국민회의 의원측에서 국감방법을 전수받는등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났다.
○…국민회의 국창근의원은 당초 건설교통위에서 농림해양수산위로 교체됐다가 또다시 정무위로 재배치된 케이스. 국의원은 농림해양수산위로 배정됐을 때도 건설교통위 복귀를 기다리며 양쪽의 국정감사를 모두 준비해왔다. 하지만 막판에 다시 정무위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정무위에서 교육위로 옮긴 같은 당 정동영(鄭東泳)의원에게 ‘SOS’를 쳤다. 그는 정의원이 준비해온 자료를 통째로 넘겨달라고 요구, 자료를 넘겨받았다.
정의원은 더욱 딱한 케이스. 새로 배치된 교육위에는 국민회의에서 빠져나간 의원이 없어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 정의원은 그동안 금융기관 노총 금감위관계자 등 1백56명을 대상으로 금융구조조정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의욕적으로 정무위 국감을 준비해왔으나 상임위가 바뀌면서 허탈한 상황이 됐다.
자민련의 이상만(李相晩)의원은 행정자치위에서 정무위로 옮기라는 당지도부의 지시를 끝내 거부,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가 직접 나서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여야가 바뀌면서 국민회의 의원들은 질문의 수위조절에도 크게 고심하고 있다. 문화관광위 소속 모의원의 비서관은 “수감기관측에서 기관장의 치적사항을 들고와 ‘의원들앞에서 홍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 그에 관한 유도성 질문을 특별히 마련했다”고 털어놓았다.
건설교통위의 한 의원측은 자료공개를 요구하는 기자에게 “이것이 공개되면 현 정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여당되니 국감치르기가 더 어렵다”고 끝내 자료공개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13명의 의원들이 상임위를 이적했다. 해당의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폈던 박희태(朴熺太)총무는 “의원 한명의 상임위 자리를 옮기는 것보다 산을 하나 통째로 옮겨놓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교육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위로 옮기는 조웅규(曺雄奎)의원측은 “그동안 국감준비를 충실히 해왔는데 없던 일로 하고 새 것을 하자니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총재까지 지낸 조순(趙淳)의원이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정무위로 자리를 옮긴 사실도 눈길을 끄는 대목. 조의원은 박총무와 김중위(金重緯)정무위원장이 찾아와 “경제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살려 금융감독위를 주관하는 정무위에서 활동해달라”고 설득하자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면서 공세적 국감방식에 관한 노하우를 야당을 오래한 현 여당의원측에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한 야당의원 보좌관은 최근 ‘과기위의 터줏대감’이라는 말을 들어온 국민회의 의원 비서관에게 “야당식 국감질의서 작성방법을 잘 모르겠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해 질의서 초안을 대신 작성받았다.
〈문 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