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안기부의 대결이 과거 ‘북풍의혹사건’ 전반에 대한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기부는 14일 “국민은 선거 때마다 북한의 불순책동으로 집권당이 항상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사실에 대해 석연치 않게 여기고 있다”면서 ‘4대 북풍사건’을 예로 들었다. 4대 북풍사건은 △87년 대선 직전의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 △92년 대선 때의 이선실(李善實)간첩사건과 남한노동당사건 △96년 4·11총선 때의 판문점 북한군 출몰사건 △97년 대선 때의 오익제(吳益濟) 편지사건과 총격요청사건.
이에 한나라당은 15일 주요 당직자회의를 열어 안기부의 주장을 ‘위험 천만하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KAL기 폭파사건과 이선실간첩사건 및 남한노동당사건 등은 북한이 저지른 것이라는 확증이 있었던 사건”이라면서 “안기부가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안대변인은 “이 사건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집권당과 북한의 불순한 책동에 의해 조작됐다는 취지의 안기부 발표야말로 국기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이들 문제를 다루기 위한 북풍청문회 개최를 여권에 제의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이날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들에 대한 고문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서울구치소 의무담당자의 공개증언 등 세가지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서울구치소 의무담당 김기영씨는 총격사건 피의자들을 진찰한 적도 없고 서명만 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면서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진료카드는 신빙성이 없으므로 변호인단이 김씨를 면담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한성기(韓成基)씨가 13일 감정인 신문에서 구치소 보안과장의 고문은폐 기도사실을 밝혔다”면서 한씨와 함께 있었던 구치소 재소자들과 보안과장에 대한 공개확인절차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또 “조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를 나왔다 다시 돌아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피의자 수감일지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