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면 “무책임한 ‘BJR족’들 때문에 복장 터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BJR족’이란 무리한 일을 벌여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하는 무리들로 ‘배째라’의 영문표기 첫글자를 따온 최신 유행어.
대마불사(大馬不死)신화를 믿고 마구 빚을 끌어다 써온 기업들이나 국민 돈으로 방만한 경영을 해온 공공기금들, 남의 돈 무서운 줄 모르고 과소비를 일삼아온 개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BJR족 문제는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봤자 당사자와 관계자들만 망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이 BJR족들이 자신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
기아자동차만 해도 그렇다. 기아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7조∼8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탕감을 요구하자 채권단은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의 대출보증을 섰다가 변제능력을 상실한 주택공제조합도 마찬가지. 이 조합은 최근 일간지 광고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보증이행 책임을 완수하겠다”며 아파트 계약자들을 달랬다. 이외에도 국민의 주머니만 바라보고 있는 ‘부실덩어리’들은 너무나 많다. 수많은 부실기업 부실은행에 앞으로 몇조, 몇십조원을 더 쏟아부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개인 BJR족들도 예외가 아니다. 불량채무자들 때문에 연대보증인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까지 부실해지고 있다.
결국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선량하게 살아온 힘없는 일반 국민만 불쌍하게 됐다. 자기 혼자 먹고 살기도 힘겨운 국민이 이번에는 BJR족 구제를 위해 없는 돈 끌어모아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건 개인이건 국가경제를 돕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남에게 자신의 짐을 떠넘기는 BJR족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영이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