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의 존 흄 사회민주노동당(SDLP) 당수와 데이비드 트림블 얼스터통일당(UUP) 당수는 길게 보면 4백년, 짧게는 30년 동안 분쟁을 벌인 북아일랜드 개신교도와 가톨릭교도 ‘피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주역들. 올 4월10일 22개월간 계속된 평화협상을 타결로 이끌어 가장 유력한 노벨 평화상 후보로 꼽혀왔다.
▼존 흄〓70년 보수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흄이 창당한 SDLP는 북아일랜드 최대의 가톨릭계 정당. 그는 “피 대신 땀을 흘리자”고 주장하며 비폭력노선에 따른 분쟁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SDLP의 영향력을 배경삼아 평화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에 폭력을 자제토록 설득하는 한편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많은 공을 세웠다.
37년 런던데리에서 출생한 흄은 더블린에 있는 트리니티대에서 잠시 강의하다 68년부터 민권운동을 이끌며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79년에 유럽의회 의원에, 83년 영국 하원의원에 각각 당선돼 지금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로로 95년에 ‘올해의 유럽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트림블〓북아일랜드 최대 정당인 UUP를 이끌고 있는 트림블은 원래 대표적인 강경론자로 분류됐던 인물. 개신교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오렌지 오더’도 이끌고 있는 그는 95년 가톨릭교도 거주지를 가로지르는 행진을 강행해 무력충돌을 빚으면서 개신교의 대표적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취임한 이후 외부 여건의 변화를 즉각 포착한 트림블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방향을 선회했다. 개신교측이 평화협정을 받아들인 것도 트림블의 끈질긴 설득의 결과였다. 90년부터 UUP에서 활약하기 시작했으며 현직 벨파스트 퀸즈대 법대 교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북아일랜드의 개신교와 가톨릭교의 갈등은 멀리는 1600년대 영국의 개신교도들이 아일랜드로 대거 이주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등의 역사가 계속되다 60년대 후반 가톨릭교도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북아일랜드공화국군을 결성하자 영국의 지원을 받는 개신교도들이 대응하면서 테러와 보복테러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평화협상은 96년 존 메이저 당시 영국총리에 의해 시작됐으며 지난해 9월 블레어총리의 적극적인 주도로 재개됐다.
북아일랜드 사태와 관련해 첫번째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76년. 수상자는 당시 폭력종식운동을 벌인 북아일랜드 ‘평화인민운동’의 공동대표 베티 윌리엄스와 메리드 코리건이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