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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U 한국보고서요지]『기업구조조정 정부개입 불가피』

입력 | 1998-10-18 19:03:00


다음은 본보가 입수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스트정보연구소(EIU)의 최신판 한국보고서의 요약이다.

▼기업환경지수〓한국의 1998∼2002년까지의 기업환경지수를 올 2·4분기(4∼6월) 총평균 7.19점(만점 10점)에서 7.15점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의 기업환경지수가 나빠진 가장 큰 이유는 단기 및 중기 경제전망이 하향조정됐기 때문.

또 정치적 효율성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재의 정치적 대립이 최소한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작용했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거시경제환경 무역 외환상황 등의 분야에서 점수가 나아졌음에도 전체 지수는 하향조정됐다.

이처럼 기업환경이 약간 나빠지긴 했지만 아시아 18개국 가운데 7위, 세계 주요 60개국 가운데 26위로 93∼97년중의 순위에서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제치고 2계단 상승했다.

▼거시경제 환경〓당초 한국의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금융위기는 급기야 산업전반에 걸친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의 거시경제 목표는 단순히 경제 구조조정을 완수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의 폭을 줄이는 것으로 확대됐다.

한국정부는 재정적자폭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침체로 세입이 줄어든데다 사회보장 비용 및 중소기업과 수출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

내년에도 실업률이 11%까지 높아질 전망이고 2002년에도 6.8%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정부지출의 상당부분은 실업대책비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화 가치가 다소 회복됐기 때문에 한국정부로서는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원화 강세는 한국경제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더 하락(원화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이같은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업정책〓한국의 재벌은 과거 정부 및 은행과 유착관계를 맺어와 중소기업과 외국기업에는 불이익을 초래했다.

재벌은 대부분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대기업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한국의 공기업 민영화 프로그램으로 기업분야에 미치는 한국정부의 영향력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한국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환경은 실제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으로 진행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빅딜의 경우에도 경쟁을 제한하고 급기야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그래서 결국 정부가 망하도록 두고 볼 수 없는) 기업만 살아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비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은 너무도 광범위한 개혁과정인 만큼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현재 한국의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월 일주일간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5월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졌다.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상한선이 폐지됐고 한전과 포철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소유한도도 25%에서 30%로 상향조정됐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외국인 투자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이 노력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지도 않았다.

또한 기업들이 팔려고 내놓는 자산들이 별로 투자가치가 없거나 지나치게 높은 값을 받으려는 경우도 많다.

▼외채 전망〓한국정부는 5월 현재 한국의 총외채가 1천5백50억달러라고 발표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지난해 12월 44.3%에서 27%로 낮아졌지만 공공부문 외채의 비중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금 유입으로 크게 높아졌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외채의 만기를 연장하고 △외환보유고를 다시 쌓고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한 공공지출을 위해 앞으로도 더 외화를 빌려야 할 것이다.

IMF자금 추가인출과 단기외채 만기연장에 대한 정부보증으로 공공부문의 외채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외채(원금+이자)상환액이 경상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26.6%로 급증한 뒤 2002년에는 25.8%로 다소 떨어질 것이다.

▼정치 및 대북관계〓1998∼2002년의 정치상황은 경제위기 극복 여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김대통령은 대중적 지지에 의해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IMF체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와 왜 변화가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관계는 명료하지 않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협조 강화와 명료한 관계정립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재벌들이 가장 가공할 위협적 존재다.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북한간첩 침투 등으로 난관에 부닥쳐 있다.

이는 북한에 우호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는 김대통령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강경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이는 현대그룹의 방북과 관광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행동은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지연시킬 것이다. 하지만 남한의 햇볕정책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에 가까운 시일내에 급격한 관계 발전은 없을 것이나 비공식적 접촉은 확대될 것이다. 북한도 경제사정 때문에 남한과의 민간교류확대는 원하고 있을 것이다.

〈반병희·신치영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