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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통신비밀 보호법 개정 추진

입력 | 1998-10-18 19:39:00


한나라당은 수사기관이 전화감청부터 하고 48시간 이내에 법원에 영장을 청구, 사후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한 긴급감청제도를 폐지키로 하는 등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전화감청이 급증, 감청의 남용이나 불법감청에 따른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감청요건을 크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긴급감청의 경우 일단 감청을 하고 사후에 영장을 청구하는 만큼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미 감청은 이루어진 뒤여서 결과적으로 도청이 된다”며 “불법감청의 소지가 많은 긴급감청제도는 근거조항을 삭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수사기관이 수사목적을 달성했는데도 불필요하게 감청을 계속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일반범죄수사의 경우 3개월, 국가안보수사의 경우 6개월까지 법원의 영장에 따라 감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각각 1개월과 2개월로 단축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감청과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 상임위나 국정감사위 국정조사위가 필요한 경우 관련기관의 장에게 보고요구뿐만 아니라 현장검증 현장조사 등을 통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 감독권한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또 국가기관이 감청설비를 사용할 때는 예외적으로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한 조항을 개정, 반드시 정보통신부장관으로부터 사전인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이 ‘불법감청’ 운운하면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주장할 수 있는 도덕적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는 특히 “감청 건수가 늘어난 것은 과거 정권과 달리 새 정부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감청을 하는 적법절차를 밟았기 때문인데도 한나라당이 이를 판문점 총격요청사건 등을 호도하기 위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법개정 주장에 앞서 구 정권이 공공연하게 불법감청을 했던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