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운영 문제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순서에서부터 국회본회의장 자리배정, 정책연구위원 재배정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쉽게 해결될 사안들이 이처럼 여야간 쟁점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여소야대(與小野大)가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뒤바뀌고 여당과 원내다수당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당’을, 한나라당은 ‘제1당’을 내세우며 서로 국회운영의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내달 12일 있을 교섭단체 대표연설 순서 결정부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수석부총무는 18일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먼저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수석부총무는 “국회 운영에서는 여야개념보다 의석수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먼저 대표연설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게다가 올해 대표연설은 일정이 촉박해 예년과 달리 하루에 3당 대표연설을 모두 마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본회의장 좌석재배치 문제도 마찬가지. 현재 본회의장 중앙의 좌우측에 위치하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당이 본회의장의 중앙을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이를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당 중진이 차지하는 본회의장 맨 뒷좌석의 자리배분을 놓고도 여야는 한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의 사례처럼 중진을 아예 앞좌석에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정책연구위원 수의 재배정 문제는 자민련과 한나라당간에 지루한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자민련측은 여소야대 구도가 깨진 만큼 규정에 따라 한나라당의 정책연구위원 중 4자리를 양보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의원 빼가기로 여소야대 구도를 깨놓고 정책연구위원까지 달라는 것은 너무하다”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