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여판사가 피의자인 일본인 유학생의 임신중절을 막기 위해 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낙태시기를 놓친 이 여성은 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낙태의 권리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인 유학생 가와구치 유리코(21·UC 버클리)는 5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가짜 신용카드로 컴퓨터를 구입한 후 되팔다 체포됐다.
구속상태로 있던 그는 지난 주 패트리셔 클리어리 여판사로부터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신용카드 사기 초범에게는 통상 실형이 선고되지 않던데 비하면 중형이 내려진 셈이었다.
임신중인 가와구치는 “클리어리판사가 낙태수술을 막기 위해 실형을 선고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리어리판사는 재판정에서 가와구치에게 아기를 낳아 입양시키기로 동의하면 석방할 것임을 시사했으며 가와구치가 반대의사를 표시하자 “임신 중기에는 낙태를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오하이오 주법에는 임신 22주 이내일 때만 낙태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미 임신 21주째인 가와구치는 복역을 마치면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낙태옹호론자들이 민권침해 소송과 시위계획을 발표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상급법원은 14일 가와구치를 가석방했다.
그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임신 21주에 접어든 몸으로 낙태는 너무 무리라고 생각돼 수술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클리어리판사는 낙태수술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으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클리어리판사는 가와구치가 낙태를 포기했다는 소식에 “너무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리어리판사는 전에도 말대꾸하는 피의자의 입을 테이프로 봉해버린 적이 있는 등 돌출적인 행동이 잦은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