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난생 처음으로 아파트입주자 대표회의 이사로 선출된 최재규(崔在奎·40·회사원·경기 안산시 성포 주공아파트)씨는 정말 난감했다. 가계부도 써보지 않은 최씨는 아파트 관리비 절감은커녕 관리소측이 청구한 영수증이 어디까지 정당한 것인지 알 수가 없어 갑갑하기만 했다.
그러던 최씨는 인터넷의 한 사이트덕분에 아파트 전문가로 변신했다.
‘www.hc21.co.kr’.
3월부터 주거문화21 운동본부와 인터넷 운영사인 CM넷이 공동 운영하고 있는 ‘주거문화21’홈페이지다.
최씨는 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부한 결과, 경유를 사용하던 기존의 중앙난방 방식을 버리고 지역난방 방식을 도입했고 엘리베이터의 짝홀수층 분리운행을 실시해 상당액의 관리비를 줄였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비용을 절감한 사례를 참고한 것.
비용절감을 위한 묘안을 찾던 경기 안양시 삼성아파트 관리소장 황성건씨(35)도 이 홈페이지를 통해 고민을 해결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울아파트의 김동석(金東錫·41)씨가 황씨에게 보내온 E메일에는 △하자가 있던 엘리베이터를 전량 교체하거나 △전기검침과 비상벨설치를 아파트주민들이 직접 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 운영의 노하우가 담겨 있었다. 전기설비사 등 자격증을 따는 관리소직원에겐 월급을 올려줌으로써 결국 법이 정한 자격증소지자를 별도로 채용하지 않아 비용을 줄이라는 충고는 특히 신선했다.
주거문화 21측은 아파트 주민들이 이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들의 공동 관심사나 정보를 나누기를 희망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롯데아파트에 사는 장운희씨(48)는 ‘주거문화 21’홈페이지라는 첨단 통신으로 정보교환외에 사라져가는 이웃간의 사랑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씨는‘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자’는 글을 최근 사이트에 올렸다.
“옆집에는 의탁할 데 없는 노인이 홀로 살지는 않는지, 며칠에 한번씩 찾아오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외로운 밤을 보내는 아이들은 없는지…. 그들과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식사를 함께 하는 운동을 벌여봅시다….” ‘인터넷 아파트’가 사랑까지 ‘전송’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