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8일 고액과외사건에 관련된 일부 학부모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우리 교육의 ‘암(癌)’적인 문제를 다스리고자 하는 단호한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암을 대증적으로 고칠 수 없듯이 이번 명단공개라는 대증적 조처도 어쩐지 개운찮은 맛을 남긴다.
첫째, 기소된 교사와 관련된 학부모들에 대해서만 명단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기소되지 않은 교사와 관련된 학부모나 교사의 소개를 통하지 않은 학부모 중에 훨씬 정도가 심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명단 공개의 기준을 ‘누습적이고 질이 나쁜 학부모’로 밝혀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4백명이 넘는 학부모 명단을 넘겨받아 이 기준에 따라 교육부 나름대로 옥석을 가렸어야 했다.
이번 6명의 학부모는 ‘보통’ 사람에 가깝다.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그들은 자식사랑이 ‘들켜서’ 죄가 된 ‘희생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 “보호해줘야 할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하게 됐다.
둘째, 공개가 이뤄지기까지 교육부가 한 역할이 없다. 교육부는 과외정책을 다루는 주무부서다.
학부모명단 공개도 교육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경찰이나 검찰과는 별도로 교육적인 측면에서 관련 교사와 학부모를 조사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검찰의 명단을 기다리다 발표하는 식이었다.
교육부측은 “검찰이 하는 일인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명단공개라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하는 교육부가 과외라는 ‘암’을 정말로 뿌리뽑자고 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옳다.
이진녕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