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48일만인 14일 검거된 고액과외주범 김영은(金榮殷·57)씨.
온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사건의 주인공인 그는 이번에는 조사경찰을 분노케 하고 있다.
반성은커녕 학원을 차린 이후 정작 큰 ‘재미’를 보기도 전에 붙잡힌 것을 안타까워하는 김씨의 태도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교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느라 빚까지 졌다. 지금 수능시험을 앞두고 한참 재미를 볼 수 있는 대목인데….”
‘공든 탑이 무너진 기분’이라는 김씨의 태도에 조사를 하던 경찰들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강릉의 한 월세아파트에 숨어있는 동안에도 법전을 놓고 검거에 대비해 자신의 혐의와 형량을 연구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가 잡히자 남은 의혹을 파헤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김씨가 자신이 일으킨 사건의 파장을 안다면 순순히 수사에 협조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김씨는 서울로 잡혀온 후에도 수사에 협조하기는커녕 불법고액과외가 ‘사건화’된 사실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는 것. 김씨 구속 이후 소환된 50여명의 교사도 혐의를 시인하기보다는 부인하는 이가 많았다.
대부분의 교사는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학생들을 소개한 적은 없다”고 발뺌했다. 고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일부 교사는 소환요구를 받자 수업을 마친 후 잠적해버리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불법을 행하고도 죄의식을 못느끼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 사건이 본격적인 과외철이 시작되기 전에 터져 고액 족집게 과외풍조를 다소 완화시킨 것이 다행입니다.” 한 조사경찰관이 씁쓸하게 내뱉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