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가 좌절되자 이번에는 LG전자와 대우전자등 전자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삼성이 기아 인수자금으로 준비해 놓은 수조원대의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투자자금으로 전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삼성그룹내에서도 그동안 자동차 사업으로 자금압박을 받았던 삼성전자측은 ‘큰 짐을 벗었다’며 안도하는 반면 삼성자동차 임직원들은 앞으로 신상문제를 걱정하며 일부에선 “이렇게 할 사업을 뭐 때문에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며 은근히 경영진을 원망하는 눈치.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8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계열사지원과 내부거래 등으로 순익을 1천2백억원밖에 남기지 못했다”면서 “이제 그동안 미뤘던 설비투자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
삼성이 야심적으로 투자를 늘릴 곳은 이른바 차세대가전과 반도체 컴퓨터 등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도체 플라스마디스플레이(PDP) 액정디스플레이(LCD)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기본인 장치산업과 연구개발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디지털TV 등이 해당 품목.
국내 메이저 컴퓨터업체의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선 사후서비스(AS)응답시간을 단축하거나 유료로 전환했던 소프트웨어 AS도 다시 무상으로 전환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공산이 크다”며 삼성파장을 크게 걱정하기도.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조직개편 구조조정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내년초가 되면 본격적인 공세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