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판소리를 서양의 오페라에 비유한다면 경서도(京西道)민요는 리트(가곡)에 가깝다. 일관된 줄거리보다 한순간의 멋과 흥을 묘사하는 짧은 형식속에 장식음 등 화려한 기교가 펼쳐진다.
그 때문일까. 판소리가 일찌기 ‘창극’으로 무대화의 길을 밟아온 데 비해 경서도 소리는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옛 형식에만 머물러 왔다.
경서도 소리로 만든 노래극이 처음으로 공연된다.국립국악원이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리는 ‘남촌별곡’. 경기민요 인간문화재 이춘희가 기획과 작창(作唱)을 맡았고 김영재가 전체 작품을 음악으로 짜냈다.
무대는 조선후기의 경기 남촌. 봄농사 준비를 앞두고 마을사람들은 인정머리없는 부자 오동출네 집 대신 소연아씨네 일만 돕기로 의견을 모은다. 사또와 한패가 된 오동출의 음모가 시작되고, 마을에 나타난 정체모를 선비는 소연아씨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춘희의 설명. “경서도 소리는 ‘자잘한’ 맛을 많이 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기 때문에 노래를 짧게 가져가는 대신 노래사이의 ‘연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소연아씨 역에 국립국악원 민속단원 유지숙이 출연하고 선비역은 탤런트 김주승이 맡아 이채를 띤다. 동료 출연자들의 도움으로 맹연습중이지만 “정작 소리는 흉내만 내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쑥스러워하는 모습.
강영걸이 연출을 맡아 ‘잡다할 정도로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국립무용단 30명이 무대의 호사스러움을 더한다. 02―580―3333(국립국악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