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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실혁명」기대와 우려

입력 | 1998-10-22 19:14:00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데 이어 ‘초 중 고교 교육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대학입시 과열에 따라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던 초 중 고교를 원래 위치로 되돌려놓는 일은 입시제도 개선과 함께 시급하고도 중요한 교육개혁 과제다. ‘교육비전 2002―새 학교문화 창조’라고 명명된 이 방안은 현재의 교육방식과 비교할 때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방안의 목표는 창의력교육 전인교육이다. 입시준비를 위한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21세기를 대비해 개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중학생과 고1년생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폐지되고 문화 교양 등 방과 후 활동과 학생 자치활동이 강화된다. 또 필기시험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수행(遂行)평가’라는 이름으로 성취도 참여도를 중시하는 새로운 학생평가 방식이 도입된다.

이 방안이 뿌리내릴 수만 있다면 교육현장에 엄청난 변화의 회오리를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입시공부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줄 것이고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와 대학진학열기가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시행과정에 적지 않은 혼선과 부작용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새 방안은 교육의 질적 수준으로 따진다면 초급단계에서 갑자기 고급단계로 뛰어오르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도 이렇다 할 준비기간 없이 내년부터 당장 시행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사람을 키우는 교육분야에서 단기간에 수준을 몇단계 높이는 일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교사들이 새 교육방식에 얼마나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새 제도에서는 현재와 같은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학생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는 수업으로 전환하게 된다. 또 학생평가에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더욱 투철한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일차적으로 교사 스스로 새 환경에 적응하고 거듭나려는 노력이 없다면 새 교육방식은 정착되기 어렵다.

일부 학부모의 ‘치맛바람’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새 제도에서도 학생평가 결과는 여전히 대학진학과 직결되어 있다. 교사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의 재량권이 늘어난다면 교실주변에는 또다른 갈등이 싹틀 가능성이 높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의식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새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교육당국의 치밀하고도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