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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박윤철/장애인의 「발」이 된 장애인

입력 | 1998-10-23 19:27:00


10년 전 당한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된 이상은씨(64). 이씨 자신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지난해부터 자신보다 몸이 더 불편한 장애인의 ‘발’이 돼주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강동재가(在家)장애인협회 ‘새누리집’에 소속된 25명의 장애인 회원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차량봉사활동’을 해온 것.

장애인운전면허가 있는 이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차를 이용해 협회에 차량이용을 요청하는 장애인의 집으로 달려간다.

병원이나 관공서 등에 꼭 가야 하는데도 움직일 수단이 없어 일을 보지 못하던 장애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요긴한 도움이다.

이씨는 장애인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다. 휠체어만 보면 그냥 지나가버리는 버스나 택시 때문에 길에서 차를 타기위해 수십분을 기다리는 고통을 스스로 여러번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 역시 장애인이기 때문에 ‘도우미’ 역할이 쉽지는 않다.

“부축을 해주고 싶어도 저 자신이 불편하기 때문에 휠체어를 힘들게 타고 내리는 장애인들을 지켜봐야만 할 때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보람은 크다. 지난해말에는 회원들과 함께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위해 차량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씨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은 어느 정도 구비됐지만 이용하기 힘든 대중교통과 턱높은 보도블록 등 아직도 장애인들을 길거리에 나서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이웃에 장애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