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청와대에는 눈물이 넘쳤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다과회에서 해외입양아 출신 동포 29명은 김대통령의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모두 울었다. 김대통령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대통령은 “우리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 과거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기도 했고 한국의 ‘불행한 관습’ 때문이기도 했다”며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88년 2월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의 부끄러웠던 기억을 토로했다.
“당시 한 모임에서 한 여학생으로부터 ‘당신네 나라는 우리를 낯선 외국에 팔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나는 당황했지만 느낀대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 외에 뭐라 위로의 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좌중에 흐느낌이 일었다. 김대통령의 말이 계속되면서 다과회장은 곧 눈물바다가 됐다.
“몇년 뒤 다시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그 여학생은 기자로서 나를 인터뷰하러 찾아왔다. 그는 자기의 운명을 잘 극복한 것이다. 여러분 모두 성공한 사람으로 여기에 왔다. 그리고 그도 이 자리에 있다. 여러분의 체험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김대통령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사람은 지금은 스웨덴의 법률자문회사에서 일하는 리나 김(33)이었다. 그녀는 “그때 대통령과의 만남이 저를 크게 변화시켰다”고 인사했다.
또 미국에서 의료기기회사를 운영하는 클레멘트 토머스(46)는 “과거는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꾸고 싶지도 않다. 대통령께서 이제 미래로 향한 문을 열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