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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화 산책]佛화가 알랭 본느프와의 「동양사랑」

입력 | 1998-10-25 18:57:00


모딜리아니, 위트릴로, , 로트레크, 피카소…. 현대 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거장들이 예술혼을 불태웠던 몽마르트르언덕. 포도(鋪道)에 구르는 낙엽과 함께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 주말, 파리를 방문중인 오승윤화백(59)이 화가 알랭 본느프와(61)의 살림집겸 아틀리에를 찾았다. 편지와 공동작업을 통해 국경을 넘어 우정을 나눠 온 이들은 뜨겁게 포옹했다.

오화백은 17일 개막돼 11월22일까지 앙제 시청에서 열리는 살롱 드 앙제와 21일부터 11월7일까지 파리의 에스파스 가르댕에서 열리는 살롱 쿠 드 쾨르 전람회에 초청받아 파리에 온 길.

본느프와의 아틀리에는 유화 석판화 누드 드로잉 크로키 수묵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진 벌거벗은 여인들의 누드로 가득했다.

동양적인 얼굴을 한 그림속의 여인들은 도발적이면서도 조심스럽고, 관능적이면서도 다소곳하다. 그는 동양의 수묵화와 서예를 공부했고 동양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아틀리에는 낯익은 한국여인의 얼굴도 보인다. 오화백의 풍수(風水)연작의 일부다. 벌거벗은 몸이 부끄러워 살그머니 돌아앉은 여인의 나신이 화폭의 중심에 있고 배경에는 기호화된 하늘과 구름, 나무와 새, 꽃과 노루가 평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흑 백 청 황 적, 우리에게 친숙한 색채가 펼쳐내는 세상은 천진난만한 동화와 비현실적인 민담의 세계다.

오화백의 풍수 연작과 본느프와의 여인 누드는 베르나르 뷔체, 세자르 등 대가의 작품들과 함께 살롱 드 앙제의 전람회에 나란히 걸려있다.

오화백은 96년 7월 모나코에서 열린 몬테카를로 국제현대미술제에서 특별상을 받기 위해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평론가의 소개로 본느프와를 만났다.

본느프와는 프랑스 미술전문지에 소개된 오화백의 작품을 본 뒤로 오화백을 만나고 싶어했던 터였다.

지난해 5월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데코화랑에서 누드를 주제로 2인전을 가졌다.

누드를 즐겨 그리는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사람만나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넉넉한 성품처럼 그들의 작품은 편안하고 평화롭다. 이들은 내년에 일본화가 슈지야마 류와 함께 파리 오사카 서울을 잇는 3인 순회전람회를 열 계획이다.

“이 친구 작업량이 상당한 걸. 나도 더 열심히 해야 할 텐데.”

본느프와의 화실에서 나오는 길에 오화백은 자꾸만 혼잣말을 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