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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이래서야]한쪽선 국감…한쪽선 「이권사업 로비」

입력 | 1998-10-26 19:22:00


26일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 신관 지하강당의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 옆에 마련된 임시기자실.

누군가가 들어서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는 “여기가 그래도 좀 조용한가”라며 다른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들은 한나라당 모의원의 보좌관 L씨와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 D씨.

이들은 한동안 국감장 주변을 서성거리다 점심시간이 될 무렵 감사원 H모과장을 데리고 다시 기자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명함을 건넨 뒤 조심스럽게 소곤거렸다.

D씨는 “한전이… 전신주를…” 등의 몇마디 얘기를 꺼내며 가지고 온 서류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설명하려 했다. H과장은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답변준비 때문에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자”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D씨는 지역유선방송사업과 관련, 한전의 도움이 필요한데 지역구의원까지 동원해 여러가지로 손을 써봤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감사원측에 부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H과장은 감사원에서 한국전력 등 공기업을 담당하는 제2국 소속 과장이다.

국회의원들이 감사원을 상대로 감사원감사의 형평성 외압여부 등을 따지며 열을 올리는 동안 의원보좌관은 감사원직원에게 은근한 ‘압력성’로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좌관 L씨는 “감사와 상관없이 친구 일을 물어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유사한 사례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국감 현장에서 이런 일을 하다니 간이 부어도 어지간히 부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감기간에는 피감기관 입장을 보아 딱 자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