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할 때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저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남는 돈’으로 저축할 수는 없지요.”
저축 유공자로 뽑혀 27일 제35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구두닦이 손일현(孫一鉉·51·충북 청주시 수곡동)씨는 “저축을 많이 하려면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것은 ‘안쓰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청주시 북문로 중앙투자신탁 청주지점 앞에서 구두방을 열고 있는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30여년 동안 구두를 닦아 5억원 가량을 모았다.
얼마전 2층 단독주택을 마련했고 축협의 정기예금통장 등 13개 통장에 3억여원이 들어있다.
“점심은 항상 도시락으로 때웠고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집에서 구두방까지 3㎞를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는 남들이 구두닦이라고 업신여길 때, 자녀들이 아빠의 직업을 부끄러워 할 때는 가슴이 미어졌지만 그때마다 먹을 것이 없어 밀가루를 얻으러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은행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조건 안쓰는 것은 아니다. 절약해서 보람있게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친목모임인 ‘일송회’를 통해 소년소녀 가장이나 무의탁 노인들을 돕는데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칠순 노모(77)를 봉양하는 데도 그렇게 극진할 수가 없다.
손씨는 “일찍 홀로돼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지 참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계속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