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중간수사 발표문은 90쪽에 달하는 장문(長文)이다. 총격요청은 사실이나 배후세력은 계속 수사하겠다는 것이 요지. 그러나 발표문 곳곳에 ‘심상치 않은 비화’들이 나타나 또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대선 개입 의혹
발표문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실정법을 어겨가며 선거운동을 벌인 청와대 근무자는 ‘3인방’의 오정은(吳靜恩·46)씨 뿐만이 아니었다. 오씨는 지난해 10월 동료 조모행정관(4급)과 함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비선 참모조직을 만들었다. 오씨는 역시 4급행정관인 최동렬씨 등을 규합, 전국 규모의 청년홍보단도 조직했다. 오씨는 진로그룹 장진호(張震浩)회장으로부터 조직운영비조로 7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발표문에는 오씨가 한성기(韓成基)씨로부터 “진로의 화의신청 등을 도와주면 장진호회장을 통해 박찬종(朴燦鍾)을 이회창후보 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청와대)사정비서관에게 부탁해 달라”는 말을 듣고 사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에게 보고 했다고 적시돼 있다.
발표문에는 비서관들이 실제로 대선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깨끗한 선거 엄정중립’을 천명하고 있을 때 청와대 내부는 새 정권을 겨냥한 ‘줄서기’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던 것이 분명한 듯하다.
▼96년 ‘4·11총선’당시 북풍 의혹
발표문에 기록된 오씨와 한씨의 총격요청 모의 대화록에는 “4·11총선 때처럼 판문점에서 무력시위가 있어야 하며…”라는 표현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총격요청 사건이 ‘4·11총선’ 무력시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 안기부도 14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4·11총선’ 판문점 북한군 출몰사건의 진상도 철저히 밝히겠다”고 발표했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