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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인사이드/남산골 한옥마을]옛선비들 생활 한눈에

입력 | 1998-10-27 19:28:00


‘남산골 딸깍발이.’ 너무나 가난해 마른 날에도 나막신(진 땅에서 신는 신발)을 딸깍거리며 신고 다닌다고 해서 생긴 별명. 서울 필동 남산자락에 살던 가난한 선비들을 일컫던 말이다.

꽉 막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염치를 모르지 않았던 옛 선비들. 그들이 살던 집을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곳이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이다.

‘남산 되찾기 운동’의 하나로 서울시가 4월 서울 중구 필동 옛 수방사터에 재현해 놓은 이 선비촌은 규모가 2만4천평(정원 포함)이나 된다. 조선 순종비 윤비가 어릴 적 살던 집, 조선말 개화파 학자인 박영효(朴泳孝)의 고택 등 서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전통 한옥 5채를 고스란히 옮겨와 이곳에 복원했다.

발효된 술을 장작불 가마에서 끓인 뒤 땀같이 맺힌 소주를 방울방울 받아 내리던 소주옹기, 우물에서 길어온 물을 담던 물두멍, 느티나무 함지박이 걸려 있는 부엌. 안채의 붉은 화각함엔 금비녀와 은장도가 아직도 들어있을 듯한 내밀함이, 대마루의 다듬잇돌에선 또각또각 흔들림 없는 소리와 리듬에 한(恨)을 실어 날려보내던 며느리의 신명이 보이는 듯하다. 더위를 물리치려 안고 자던 사랑채의 죽(竹)부인에선 애욕(愛欲)마저 점잖게 다스리던 선비들의 장난기가 묻어나고.

계곡과 정자, 누각과 연못이 있는 전통정원. 소나무 숲에 선비와 묵객(墨客)이 많이 살아 청학동(靑鶴洞)이라 불렸다. 풍수전문가 임학섭(林鶴燮)씨는 이곳의 지세를 ‘금귀몰니형(金龜沒泥形·남산을 타고 시내를 향해 내려오던 거북이 청계천에 임박하자 땅바닥으로 몸을 낮추기 시작하는 형국)’이라 부르며 복이 몰리고 장수하는 땅이라고 설명했다.

이 남산 한옥마을에서는 서울시민의 날(28일)을 맞아 31일까지 전통공예품 전시 및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이 나전칠기 매듭 자수 침선 등 전통 민속공예 12가지의 제작과정을 직접 보여준다.

▼ 한국의 소리와 춤 한마당 ▼

28일 오후7시부터 이곳에서는 살풀이춤 판소리 사물놀이 진도북춤 등 전통의 소리와 춤의 한마당이 펼쳐질 예정이다. 관람은 무료. 시립국악관현악단의 대취타 연주에 이어 서울시립무용단이 출연하는 ‘천만인의 북소리’공연이 펼쳐진다. 인간문화재 이매방씨와 박병천씨가 나와 살풀이춤과 진도북춤을 추며 인간문화재 안숙선씨가 판소리를 들려준다. 장사익씨와 사물놀이패의 노래와 사물놀이 공연도 준비된다. 02―3707―9643∼8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