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는 한승헌(韓勝憲)감사원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른 ‘시험’이었다. 내년 9월이면 한원장이 만65세가 돼 정년을 맞기 때문.
이날 시험은 무척 혹독했지만 한원장은 무난히 합격점에 들었다. 특히 의원들을 향해 가시돋친 말을 하면서도 부드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허허실실(虛虛實實)’화법은 단연 돋보였다.
한원장은 안기부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를 왜 제대로 못하느냐는 질문에 “국회가 그렇게 법을 만들었다. 제도를 개선해주면 정말 성역없이 감사하겠다”고 응수, 의원들의 추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부하직원이 의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 “그렇게 언성을 높여 책망하면 자유로운 답변이 어렵지 않느냐”며 의원들의 질문자세를 꼬집기도 했다.
특히 한원장은 자신의 개인사를 꼬집는 지적에 대해 일일이 소명한 뒤 “그런 지적에 인간적으로 섭섭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남기며 답변을 끝냈다.
국감을 마친 뒤 한 여당의원은 “한원장이 너무 응수를 잘해 얄미운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