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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자기장]장거리 이동할때 길잡이 구실

입력 | 1998-10-27 19:29:00


철새들에게 지구 자기장(磁氣場)은 그 자체가 ‘이정표’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들은 지구 자기장이 없으면 갈 곳을 찾지 못한다.

기러기 휘파람새 찌르래기 등 대부분 철새들의 신경세포에는 ‘제2철염’이라는 자기 광물질 성분이 함유돼 있다. 바로 이 광물질이 지구의 자기장에 반응해 길을 찾아주기 때문에 철새들이 이동할 수 있는 것.

이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실험 하나. 기러기와 같은 겨울철새를 새장 안에 가둬두면 자꾸 남쪽으로 몸부림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봄에는 시베리아(북쪽)로 갔다가 겨울에 남쪽으로 회귀하는 내부의 ‘자석’이 기러기를 남쪽으로 내몰기 때문. 휘파람새와 찌르래기 등과 같은 여름철새를 놓고 실험을 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신경세포의 ‘제2철염’이 지구 자기장에 반응한다는 또 하나의 실험결과가 있다. 비둘기와 벌 등의 머리 부분에 자석을 묶어 놓고 풀어주면 자신의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가지 못한다. 머리에 부착한 자석의 자기력선이 제2철염의 자기력선과 충돌해 지구의 자기장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기 때문.

신경세포에 자기광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동물은 철새 뿐만이 아니다. 비둘기와 같은 일부 텃새는 물론, 나비와 고래, 참치 등 장거리 이동을 하는 동물이라면 대부분 자기광물질을 지니고 있어 지구 자기장에 반응한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사람의 뇌세포에서 자기광물질 성분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한국교원대의 박시룡교수는 “동물이 이동하는데 체내의 자기장인 ‘제2철염’은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후각과 시각,체험 등 다른 요소들은 제2철염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