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히 보아라!/이 나라 여자가 어떻게 죽었는지/…/피흘림도 고통도 양공주도 없는 좋은 세상 만들 때까지/우리들 가슴에 살아있어다오.”
2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전우섭·全愚燮목사)주최로 ‘98 주한미군범죄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6년전 10월28일 경기 동두천에서 미군 캐네스 마이클 일병에게 살해당한 윤금이씨(당시 26세)의 추모를 겸한 것이었다. 당시 윤씨는 몸에 콜라병과 우산대가 꽂힌 채 숨져 있었다.
기지촌여성인권위원장 이문숙(李文淑·44)씨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곧이어 윤금이씨를 추모하는 춤공연과 노래공연이 이어지면서 소강당은 숙연해졌다. “93년 10월 미군범죄신고센터를 개설하고 한미 행정협정 개정운동을 줄기차게 해왔지만 미군범죄 희생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운동본부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실제로 윤씨가 살해된 뒤에도 목이 잘린 채 살해된 이기순씨, 두자녀와 함께 미군남편에게 난자당한 김분임씨 등 7명의 무고한 죽음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운동본부는 92년 이후 매년 1천건이 넘는 미군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해방 이후 미군범죄 건수를 모두 합하면 10만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장희(李章熙·법학)교수는 추모강연에서 “일본정부는 초등학생 성추행사건 하나로 불평등한 행정협정 개정을 약속받았다”며 “그러나 3년전 어렵게 물꼬를 튼 한미행정협정 개정협상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표류하다 97년 5월 미국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결렬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