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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찾기]문예진흥원, 기금 축내고도 『나 몰라라』

입력 | 1998-10-28 19:19:00


직원들에게 ‘고(高)누진율 퇴직금’을 적용해 비난을 받았던 문예진흥원은 98년 국정감사에서도 ‘방만한 살림살이’를 이유로 또한번 질책을 면치 못했다.

27일 국회문화관광위 감사에서 최재승의원(국민회의)은 “지난9월말 현재 은행과 투신사에 예탁된 문예진흥기금 1천6백95억원중 3백41억여원이 부실자산으로 평가됐고 증권에 투자한 2백29억8천2백만원의 경우 주가하락으로 평가손실액이 1백2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진흥원측은 “은행과 투신사에 예탁된 돈은 원금이 보장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주식투자 손실에 관해서는 94년 2백29억원에 산 주식이 26일 현재 1백25억원으로 평가됐다고 시인했다. 이자는 차치하더라도 원금만 고스란히 1백4억원을 날린 것이다. 진흥원측은 “주가변동 추이를 보아 평가손실액이 최소가 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계약을 모두 해지할 것”이라고 궁색한 대책을 밝혔다.

문예진흥원이 97년 집행한 8백4건의 지원사업중 3백30여건은 지원금 3백만원 이하의 소액사업.

큰손들에게는 ‘잔돈’으로 여겨질 규모지만 협찬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상황에서 일선 문화인들에게는 그나마도 ‘가뭄의 단비’같은 돈이 아닐 수 없다. 주식투자 손실원금 1백억원을 3백만원짜리 사업으로 나누면 3천3백여건이 넘는다.

9월말 현재 문예진흥기금 조성액은 2천9백25억원. 97년을 기점으로 정부와 공익자금의 출연이 모두 중단돼 문예진흥원은 2002년까지 기금모금과 이자수입만으로 4천5백억원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로 1백억원대의 기금을 날린 것이다.

‘귀신도 모르는게 주가’라지만 일반기업체라면 주력사업에서 이만한 손실을 발생시킨 일에 누구라도 책임을 졌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준조세성격으로 마련해준 ‘눈먼 돈’, 문예진흥기금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