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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산체계 개편배경]『투명성 확보로 혈세누수 방지』

입력 | 1998-10-28 19:31:00


도로가 없는 곳에 다리를 놓는 경우, 엉터리 설계로 지하도를 건설해 주민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 관급공사 비리 등 예산집행의 실태(失態)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굵직굵직한 국책사업과 무기구입사업 등에서의 예산 누수(漏水)는 수천억원을 웃도는 경우가 적지않다. 예산 집행을 둘러싼 정부 및 공공부문의 도덕적 해이는 결국 경제위기로 직결됐다는 지적이 무리가 아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위원회 등은 이같은 예산 집행의 부조리 비효율 방지와 재정운영의 투명성 효율성 제고 및 납세자 편의를 위해 5개월간의 준비작업 끝에 예산체계 개편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은 정부가 진행중인 재정정보화작업.

물론 예산체계 개편은 이전부터 줄곧 제기돼온 해묵은 과제다. 60년대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현행 체계로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형 무사안일과 개인적 집단적 사욕(私慾)개입을 차단하기 어렵다.

▼투명성 확보〓결산평가제 도입, 결산안 심사 국회의 상반기 개최, 복식부기 도입 등이 중심축을 이룬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기업식 복식부기 도입이다. 예산을 배정받은 내용과 지출 총액만을 기록하는 현재의 단식부기 방식으로는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일단 예산을 지급받은 뒤 중간에 다른 용도로 유용하거나 착복해도 서류에 복잡한 수치로 꿰맞춰 놓으면 여간해서는 적발이 어렵다.

한편 대차대조표를 통해 장부가액과 실제가액의 차이, 현금의 감소와 자산 증가 등이 쉽게 드러나는 복식부기를 채택하면 이같은 부조리 발생 원인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전산망을 통해 매일 예산집행 실적을 점검하고 예산집행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평가하는 결산평가제를 도입해 해당 공무원의 평점을 내면 공무원의 무책임과 복지부동을 적지않게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정부가 추진중인 성과급제와 연봉제 실시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절차 간소화〓현재 공공사업 시공자가 사업비를 타내려면 시공자→일선기관(현장 도로사무소)→중간기관(지방국토관리청)→중앙관서(건설교통부)→재경부 등을 거친 뒤 역순을 되밟아 자금을 배정받는다. 대부분의 과정이 손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최종 마무리까지는 빨라야 15일 이상이 소요된다. 해당기업은 그만큼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또 다단계 과정에서 비리의 소지도 늘어난다.

그러나 전산망을 갖춘 뒤 통합지출관제도를 실시하면 일선기관이 바로 중앙부서에 요구하면 중앙부서가 직접 시공자의 계좌에 사업비를 넣어줘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비리 소지도 줄일 수 있다.

▼문제점〓개선안 내용의 대부분이 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도록 돼 있어 해커침입 등에 따른 혼란 발생의 우려가 있다. 전산시스템의 오류발생과 담당 공무원들의 조작에 따른 회계처리상 부정 발생도 가능하다.

따라서 제도개편안에는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일시에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예산운영시스템과 집행관행으로는 나라살림의 부실화와 혈세 누수를 막기 어렵다. 개혁이 쉽지 않다고 강조하는 경향은 기존제도에 안주하려는 기득세력에 많다.

이런 관료들은 예산시스템 개혁작업 자체에서 배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재경부 기획예산위원회 예산청 등 주무부처에도 이런 성향의 관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병희·임규진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