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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0년묵은 사건 서둘러 재판…정권눈치보기 의혹

입력 | 1998-10-30 19:16:00


법원이 10년 넘게 묵은 인권사건 기록을 꺼내 최근 서둘러 정식재판에 넘기고 있어 법원의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11월 2일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30일 87년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불법적으로 가택에 연금한 혐의로 전 서울 마포경찰서장 김상대(金相大·64)씨를 재판에 회부했다.

김대통령의 변호인 등이 88년 3월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김씨를 상대로 재정신청을 낸 지 10년7개월만의 일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도 28일 10년 동안 종적을 감추고 있는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0)전경감에 대한 재정신청을 11년만에 받아들였다.

재정신청은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감금 가혹행위 등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법원에 해당 공무원을 직접 기소해달라고 신청하는 제도.

뜻있는 법조인들은 “법원의 결정으로 왜곡된 채 묻힐 뻔한 인권유린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법원이 옛 정권에서는 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솔직히 국감 전에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태원·부형권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