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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재홍/존 글렌의 용기와 헌신

입력 | 1998-10-30 19:23:00


62년2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우주궤도비행에 성공한 존 글렌 상원의원이 36년만에 다시 우주선에 탑승해 화제다. 그의 이번 우주여행은 나이보다 30년 젊은 체력이라고는 하나 77세의 몸으로는 위험한 도전이다. 우주비행을 하는 동안 무중력상태에서 일어나는 노화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생체실험에 몸을 맡긴 희생정신의 표상이다. 프런티어정신과 헌신이 현대사회 영웅의 조건임을 일깨우는 행동이기도 하다.

▼글렌의 첫 우주궤도비행은 다섯시간이 채 못 걸렸다. 이번에는 꼬박 9일간 우주선에서 보내야 한다. 우주공간은 초저온의 진공상태여서 근육이 무기력해지고 에너지소모가 커 강인한 체력이 필수다. 또 발사될 때 엄청난 가속도 압력으로 젊은 비행사들도 잠시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런 고통스러운 일에 자원하면서 글렌은 자신의 안전보다도 의학실험의 성공을 더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주개발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으로 발전돼온 측면도 있다. 초기 인공위성과 우주선 발사에서 앞선 쪽은 소련이었다. 소련은 57년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데 이어 61년엔 유인우주선의 궤도비행에 성공했다. 이때 미국은 마치 냉전에서 패배하기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우주궤도 비행에 성공한 글렌이 미국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었다.

▼특히 미국의 노년층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글렌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CBS가 은퇴한 TV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를 초빙해 생중계를 맡긴 것도 원로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미국민이 대통령보다도 크롱카이트나 글렌을 더 영향력있는 인물로 꼽는 일은 다반사였다. 글렌의 장도 현장에 나타난 클린턴대통령이 인기편승 의도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김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