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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사시정원 축소]유병화/변호사독과점 체제유지발상

입력 | 1998-11-02 19:27:00


대법원 법무부 변협에서 사시정원을 5백명으로 감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온나라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혁을 추진하는 지금 변호사공급을 축소해 독과점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법조인들의 편협한 발상은 납득할 수 없다.

우선 이들이 인원감축을 주장하는 이유는 선발인원 증가로 타전공 우수학생들이 사시에 몰린다든가 변호사의 공급과잉으로 경쟁질서가 무너지고 변호사 수준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전공 학생이 몰리는 것은 고용변호사의첫봉급이 5백만원이 넘는 4등 공급부족현상 때문이지 선발인원이 많아서는 아니다.

둘째, 변호사의 수준향상은 경쟁과 전문화를 통해 가능하다. 선진국의 법률서비스가 전문화된 종합병원식이라면 우리는 내과 외과 구분도 없는 의원 수준이다. 법률사무소가 외국처럼 50명 이상의 전문화된 기업조직으로 운영되려면 변호사수가 훨씬 늘어나야 한다.

셋째, 세계무역기구에 약속한 각국의 개방일정에 의하면 2002년까지 회원국들은 서비스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변호사의 수요공급을 시장경제원리에 맡겨서 국제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넷째, 국민이나 기업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도 법률서비스체제는 근본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변호사 수임료 역시 서비스내용에 따라 10만원에서 몇억원까지 다양해져야 한다.

끝으로 법학교육도 심각한 문제다. 우수한 법대를 나오면 미국처럼 당연히 변호사자격을 갖게 되어야 대학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결국 사시선발인원은 대폭 늘려야 한다. 그것만이 국제화시대에 우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법률서비스를 향상시키며 법학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유병화(고려대 법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