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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사시정원 축소]유중원/법률수요 감소 고려해야

입력 | 1998-11-02 19:27:00


우리나라에서는 81년부터 95년까지 매년 3백명 남짓의 사법시험 합격생을 배출했다. 그런데 김영삼정권시절인 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설립되면서 핵심추진과제의 하나로 사법개혁이 강조되었다. 세추위에서는 법조계에 경쟁풍토가 조성되지 않아 법률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변호사 보수는 턱없이 높으므로 사시 정원을 대폭 증원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사시 합격자수를 무조건 대폭 증원키로 하여 96년 5백명, 97년 6백명, 98년 7백명씩을 뽑게 되었고 내년에는 예정대로라면 8백명을 선발하게 될 것이다.

당시 대법원과 세추위가 대폭 증원을 하기로 합의한 데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우리 경제가 계속해서 초고속 성장해 2005년경이면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법조인이 1만7천명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데 IMF체제 이후 이런 전제가 조만간 충족되리라는 기대는 도저히 할 수 없게 됐다.

법률수요의 창출 없이 과잉공급이 되면 선의의 경쟁 대신 이전투구의 양상을 띠면서 브로커가 더욱 활개치고 저질 법조인이 양산되어 법률서비스가 저하될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변호사 수임료 역시 상승하였으면 하였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 시점에서 적정한 선발인원은 몇명인가. 현재의 법학교육제도와 사법시험제도의 틀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매년 5백명 정도가 타당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화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고 남북통일시대에 대비하며 단기적으로는 검찰과 법원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졸속 수사와 졸속 재판을 막기 위해 일정수준은 사시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중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