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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秘話 문민정부 82]한보대출 4개채권銀 명암

입력 | 1998-11-02 19:34:00


96년 12월 중순 어느날 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이관우(李寬雨)전한일은행장의 자택으로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 또 정태수씨 전화예요. 한번 받아보세요.”(이행장 부인)

“이리 줘.”

“저 정태숩니다. 왜 이렇게 피하십니까. 한번 만나서 저녁이나 하자는데.”

“야, 안 만나겠다는데 왜 자꾸 전화질이야. 한번만 더 걸면 먼저 부도를 내버릴거야.”

잠깐 침묵이 이어진 뒤 전화는 끊겼다. 한달쯤 전부터 정총회장은 집요하게 대출을 부탁했다. 몇번 거절하고는 전화를 피했는데 며칠 전부터 집으로 전화가 걸려온 것.

이행장은 이날 육두문자를 써서라도 정총회장과의 관계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은 시기에 정지태(鄭之兌)전상업은행장은 홍인길(洪仁吉)의원의 대출청탁을 받았으나 완곡하게 거절했다.

정전행장의 회고.

“정치인들이야 여러 곳에서 민원을 받고 다른 곳에 청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인은 금융현실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도리지요.”

손홍균(孫洪鈞)전서울은행장은 94년 2월 행장 취임 직후부터 한보에 대한 여신을 줄여나가다 주거래은행 관계를 제일은행에 떠넘겼다. 그런 덕분인지 제일은행의 한보에 대한 여신이 1조원을 넘을 때 이들 3개 은행의 여신은 6백억∼2천억원에 그쳤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은행이 상업적인 판단만 하면 한보사건 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에 주인을 만들어줘 ‘장사꾼’으로 변신하게 해야해요. 주인없는 은행은 외압에 약할 수밖에 없어요. 은행을 그냥 놔두면 또다른 한보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