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성적 환상을 그린 영화 ‘달과 꼭지’에는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부부가 등장한다. 남편이 부리는 재주는 엄청난 양의 방귀를 뿜어대는 일. 서커스에 하나둘씩 관객이 모이면 남편은 무대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방귀를 뀐다. 그러면 아내는 그의 엉덩이 뒤에서 방귀에 불을 붙인다. 남편은 방귀를 뀌고, 아내는 거기에 불을 붙이고…. 참 다정한 한 쌍이다.
방귀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영화 ‘덤 앤 더머’에도 나온다. 짐 캐리 특유의 표정과 몸 동작으로 방귀에 불을 붙이며 친구들을 즐겁게 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의 하나다.
과연 방귀에 불이 붙을까? 우리가 하루에 방귀를 뀌는 횟수는 대략 10∼15회. 그 양은 8리터 정도. 방귀는 약 4백종류의 가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산화탄소(20∼30%)와 메탄가스(20∼30%)가 제일 많다. 다음은 유화수소, 질소 순.
이 중에서 불이 붙는 인화성 가스는 바로 메탄가스. 메탄의 양이 늘어날수록 방귀에 불이 더 잘 붙는다.
고약한 방귀 냄새는 콩이나 고기 등 단백질이 분해될 때 생기는 ‘유화수소’와 ‘인돌’이 주범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하진 않다. 콩에는 ‘스타치오스’와 ‘라피오스’라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는데 사람은 이들을 소화시키지 못하지만 장내세균은 이들을 분해해서 가스를 만든다고.
방귀 소리는 왜 나는 걸까? 소화기에는 ‘괄약근’이라고 불리는 반지 모양의 근육들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괄약근을 꽉 조일 때 방귀를 배출하면 큰 소리가 나고,괄약근이 느슨할 때 배출하면 작은 소리가 난다.
마지막 질문. 다른 동물들도 방귀를 뀔까? 물론이다. 대부분의 짐승 새 물고기 및 곤충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방귀를 뀐다.
심심할 때 방귀에 불이 붙는지 실험해 보는 것은 좋지만 ‘천연가스 안전사고’에 유의하자.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