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와 전남 광양시에 대규모 항만이 건설되고 있다.
광양항은 2001년까지 1조2백65억원을 투입해 동북아 컨테이너 환적(換積)항으로, 서남권의 대외무역 전진기지로 건설될 예정이다. 완공되면 세계 10대 컨테이너항이 된다고 한다. 가덕도 신항만은 21세기 동북아 국제물류 중심항을 목표로 2011년까지 모두 5조5천2백58억원을 들여 건설될 예정이다.
문제는 동북아 물류중심항을 꿈꾸는 나라가 우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인접국들도 대규모 항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동북아의 항만 과잉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각 지방정부가 외자를 유치해 경쟁적으로 항만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중앙정부가 공급과잉을 경고하며 조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의 항만개발은 중국 화물의 환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세계 10대항 동북아중심항 등으로 허세를 부릴 때가 아니다. 이미 광양항은 1단계 공사가 끝난 지난해말 기항하는 선박이 없어 입항료 면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 뒤에야 7월 소문도 없이 조용히 개장식을 가졌다.
광양항과 가덕도항이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공급과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동량의 증가추이와 주변사정을 다시 한번 면밀히 분석해 차기 계획의 착공 여부를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건설교통부가 영종도 국제자유도시 건설계획을 유보한 것처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